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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4.3)는 2021년도 벚꽃을 놓칠까봐 서둘러 빗속을 나섰다.

집을 나서 대공원으로 가는 길엔 중앙공원이 있다. 공원길에 낯선 천막과 설치물들이 보였다. 그다지 호감가는 설치물들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뭔가 작업을 했었나 보군이라고 생각하며 느린걸음으로 설치물들을 흝으면서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년여성 두분이 내옆을 스쳐가며 나누는 대화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지저분하게 저렇게 며칠째 설치돼 있네!”

그러게 말야. 비도 오는데 철거도 안하고!”

아니! 궁금해서 예술성이라도 있나 하고 봤는데 웬 쓰레기같은 것들로 막 묶어놨드라구. 저런걸 누구 보라고 왜 하는지 모르겠네

 

순간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고 제자리에 섰다. 그리고 돌아서서 전시 안내 천막으로 갔다.

전시 개요를 읽어보고 전시 안내 리플렛을 챙겼다.

 

전시는 시민이 참여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아트큐브였다. 시민들이 창작자가 되고 작가가 촉진자가 되는 방식으로 예술과 시민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의 의미를 담은 전시기획이었다. 시민들은 재활용품을 소재로 이용해 과천이라는 시공간속에서 살아가는 각자의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고자 하였으며, 그 이야기를 담은 사회적 조각으로서 아트 큐브라는 프로젝트가 완성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예술은 개념과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감상해야 좋을지 알게 된다.

다시 설치물들을 하나씩 차분히 보았다.

세련되게 다듬어지는 정화과정을 거치진 못했지만 시민들 각자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전시 개요

 

현대 미술 작품들은 개념을 이해한 후에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리고 전시장을 찾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념‘understanding’ 한 후에 작품을 감상하는 프로세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가 관람자들과 커뮤니케이션 되는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작품을 볼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불쑥 들이대는(?) 방식의 전시를 기획할 때(특히 공공미술), 우리는 관람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 아트 큐브가 어떤 방식(예를 들면 작품 과정을 동영상으로 담아내거나 창작자 인터뷰 등을 실은 디스플레이를 설치한다든지)을 추가했더라면 중앙공원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전시의 의도가 더 잘 전달되고 과천이라는 공간속에 살아가는 이웃들(창작자들)의 이야기에 좀더 귀기울이게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을 하며 서둘러 벚꽃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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