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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즈니스의 프로세스는 단순하다. 고객이 사고 싶은 것을 만들고, 사람들이 그것을 사고 기업은 물건을 팔고 얻은 돈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또 다른 것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런 프로세스는 반복된다.

세계 일류 기업들은 사람들이 무엇을 소중히 생각하고 왜 그런 것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거의 본능적으로 파악한 뒤 최대한 단순하고 쉽게 그것을 전달해 준 사람들이었다.

번화가의 노점상을 처음 열었던 상인은 관찰의 힘을 이용해 여행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즉 고객 니즈를 충실히 반영한 상품을 제공하였고 곧 회사를 세웠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시장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니즈도 복잡하고 감성화되었다. 그러나 세계화와 함께 고객들은 너무나 많아지고 다양해졌고 전세계에 흩어져있었다. 그 결과 기업이 신제품을 발매하든 새로운 광고나 캠페인을 시작하든 어떤 신규 사업을 하는데 드는 비용이 막대해졌다.

비즈니스가 너무나 복잡해지자 비즈니스를 위한 수요예측이나 계량정제학적 모델 제작, 전략 수립, 가격 예측 등 심오한 기술을 배워야 하는 학문이 등장하였다.

이제 기업은 고객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전문 리서치 회사와 경영 및 브랜드 컨설턴트를 찾는다. 그리고 그들의 보고서를 토대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 기업 스스로 비전을 세우고 고민하고 관찰하고 탐구하던 열정 대신 그 자리를 리서치 보고서가 채우게 된 것이다.(그런 보고서를 던져버린 기업자들도 있다. 휴렉 팩커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리처드 브랜슨 등은 보고서나 통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사람들이다. '모범 사례'를 거부하고 대신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적합하다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행동으로 옮겼던 것이다.)

고객에 대한 모든 정보는 사람들의 삶과 경험에서 멀리 떨어진 연구실 과학자에게 넘겨졌다. 학문적인 지식과 영리함은 상당히 주목을 받았고 과학적으로 보이는 모든 공식과 벤다이어그램, 행렬들, 플로차트는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맥킨지처럼 성공한 비즈니스 컨설턴트들의 생각과 접근 방식은 끊임없이 모방되었고 그들이 문제를 분석하거나 해결책을 구상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들은 불변의 비즈니스 법칙이 되어버렸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20세기 후반만 하더라고 시장조사는 국지적이었다. 고객들은 즐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그들을 찾아가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묻고 재빨리 반응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매스 커뮤니케이션과 운송 수단의 발달로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제 기업은 멀리 있는 고객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원하는지 파악하기 힘들어졌다. 시장은 커지고 고객들의 니즈 파악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사업의 성공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기업들은 전화를 이용한 시장조사를 시작하였고 조사는 효율적이고 빠르게 실시되었다.

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는 시장조사에사 가장 널리 이용되는 조사 형태였지만 결국 한계가 드러났다. 전화를 통해 수집된 의견들에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있었으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정보가 보충되어야 했다.

그 결과 포커스그룹과 심층인터뷰가 등장했고 고객들은 어느 세제를 쓰는지부터 어떻게 그 세제를 선택했는지까지 족히 2시간은 토론을 해야 했다. 리서치 방식은 심리학적 도구와 기술들을 접목하면서 고객들의 동기와 습관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시장조사 사업은 호황을 누렸고 계량경제학자, 통계학자, 심리학자 및 정신과 의사 등이 유입되면서 리서치의 신뢰성을 높여주었다. 어떤 기업도 리서치를 빼놓지 않고 실시하였다. 종종 직관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무시한 채 오직 리서치 결과가 어떤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었다.

이 리서치 결과를 반영해 개발한 신제품 개발 실패율이 지난 20년 동안 거의 80% 수준이라는 점이 이를 지적하고 있다. 알고보니

고객들이 포커스그룹에서 말하는 것과 실제 생활에서 행동하는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이 점에 대해 사치앤사치(Saatchi and Saatchi) 기획수석(현재는 Interbrand 사장) 리타 클리프톤(Rita Clifton)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리서치 그룹 앞에서는 급진적이다가 계산대에서는 반동적으로 행동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브랜드짐>의 저자 데이비드 테일러는 이렇게 말했다. "리서치는 백미러다"

그는 지금은 샴푸 시장에서 선두 브랜드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팬틴의 이야기로 자신의 주장을 설명한다. 1998년 제품 판매 직전 포커스그룹에 팬틴을 시험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최악이었다. "이름이 팬티 같잖아요!"

P&G는 어떻게 했을까? P&G는 제품을 완벽히 믿었고 그 결과 팬틴은 여전히 판매율이 좋다.

포커스그룹의 또 다른 문제는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것은 거부하고 기존의 틀을 통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연구진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더 나은 통찰력을 얻고 정보를 찾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섰다.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하는데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행하는 경험적인 방식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문화기술지(ethnography)라고 불리는 사회인류학적 기술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 기술은 문자 그대로 여러 사람들 집단을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실제 상황을 연구진이 그저 지켜보는 과정이 포함된다.

연구자들은 슈퍼마켓에 가서 고객들이 통로를 오가며 물건을 집어 들고 라벨을 살펴보다 물건을 도로 내려놓거나 다시 다른 물건을 집어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혹은 누군가와 상점에 같이 가서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고 기록할 수 있다.

또는 고객들에게 일주일에 걸쳐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특정 브랜드를 얼마자 자주 이용하는지, 제품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등을 적도록 할 수 있다.

가끔 고객들의 동의를 얻어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방법도 있다. 때론 연구자들이 고객과 함께 일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실제 생활에서의 경험을 어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 관찰속에서 여성들이 막 세탁한 옷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음으로써 얼마나 깨끗한지를 판단하는 모습을 포착하고 세제를 만들때 냄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향기나는 세제를 만들었다.

또 세계 굴지의 한 식품 제조업체가 소비자의 부엌, 특히 식품보관실과 냉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사례가 있다.

그 회사는 고급 소스 제조업체인데, 브랜드 충성도는 높지만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어 고민에 빠졌다. 연구자들은 부엌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제품이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어떤 요인이 사용량을 결정하는지 알아내려고 하였다.

그들이 알게 된 것은 아주 단순했다. 그 제품에는 방부제가 들어 있어서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소스를 식품 보관실에 보관했다. 우리가 보통 자주 쓰는 제품은 냉장고에 보관하기 때문에 식품 보관실보다는 냉장고 문은 더 자주 열고 닫는다. 따라서 소스병을 식품보관실이 아닌 냉장고에 보관할 수 있다면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소스병에 소스를 냉장보관하라는 지시사항을 명기한 뒤 제품은 판매량이 높아졌다.

- <리서치 보고서를 던져버려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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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하는 방식으로 디자인리서치가 널리 알려지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리서치 방식은 우리가 보통 누구나 말하는 명시적 니즈만을 얻을 수 있었다면 디자인 리서치는 고객을 깊이있게 탐색함으로써 고객이 말하지 않는, 때로는 고객조차도 알지 못해서 말할 수 없는 암묵적 니즈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그러기 위해서 연구자가 직접 고객이 되어보고, 고객을 따라다니며 관찰하고 특이한 행동에 대해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함으로써 고객의 불편점과 니즈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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